이전에 살았던 LG팰리스에서 도보로 약 10여분거리에 위치한 서교동 미래사랑이 내 새로운 보금자리.
집을 구할 때 급하게 서두른 면이 없지 않아, 이사당일 짐을 들이고자 집을 둘러보니 이곳 저곳 내가 세세하게 확인하지 못한 아쉬운 구석이 보이지만,그야말로 홍대 입구역이라는 유흥가의 초중심에 거주하다 한 발 비켜난 주택가로 옮기고 나니, 무엇보다 조용한 게 가장 마음에 든다.아니, 되려 지금은 창을 닫고 있으면 적막한 느낌마저 -_-a
물론,이사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적응기를 겪고있는 내게,LG팰리스는 오래묵은 익숙함이기에 익숙함과의 이별에서 오는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이 새로운 공간에 머지 않아 아낌없이 적응을 하게 되겠지.
아무튼, 비 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된다고 하지 않던가. 이사당일 알맞게 비가 왔었으니, 이 곳에서 대박나기를!
싱거웠다.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과일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아직은 단물이 덜찬 물건을 씹은 느낌?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처음 접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호시탐탐 노렸고, 네이버 등에서 검색되는 그에 대한 호평은 나의 기대치를 꽤나 키워두었었다.
그래도 왠지 추리소설은... 하는 건방진 허영심에 기대치만 높여두고 한동안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중에 게이고의 작품 중엔 가벼운 편이라는 평을 듣는 회랑정 살인사건을 읽게 되었다.
첫장을 넘기며, 그가 알차게 짜둔 구도에 역시 흥미진진함을 느끼고,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내 나름의 추리를 세우곤 은근 그 결과가 맞기를 기대하게 했으며, 중후반부까지 유지했던, 10여분이 허락되는 짧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의 독서행태는 마치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한, 그리하여 늘 내일을 궁금해하는 효과를 유발해주기까지 했다.
하여, 결국 결말부는 극강에 도달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일요일 저녁시간을 할애하여 시원한 홈런을 기대하며 몰아치기 타법을 발휘했으나 결과는 빈타에 그치고 만.
생각보다 결말이 싱겁게, 아니 그보다는 중후반부까지 끌어온 힘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조급하게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으며, 결말에 이르러서의 주인공의 모습은 반전이라기보다는 어딘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기대만큼 끝까지 잘 짜여진 구조를 유지하지는 못한 느낌이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소일할 책을 찾는 다면 이 책도 나쁘지는 않을 선택이라고 생각되며, 내게 있어 게이고에 충성을 다할 지에 대한 결정은 백야행으로 미루어야 겠다.
며칠전 집에서 사용 중이던 노트북이 갑자기 부팅도 안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리저리 체크해보니 하드가 멍 때리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윈도우 OS 문제다 싶어 설치 CD를 구하여 복구하던 중에 그만 그간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를 아무 생각없이 날려먹는 어쩔씨구리한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 덕에 그간 찍어두기만 하고 형한테 제대로 보내주지 못 했던 조카녀석의 어언 일년간의 기록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라는 스칼렛 오하라양의 대사로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하여, 이제는 좀 더 데이터 백업체계에 신경을 쓰겠지만, 그래도 혹 모를 노파심에 앞으로 찍게될 조카사진은 이 곳에 종종 올릴까 한다. 물론 이 결심이 '작심삼일'의 압박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선언하고 보련다. -사실 요즘에는 사진을 잘 찍어주지도 않는다.-;
내 자리에서 조금은 떨어진 사무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뿌옇게 흐려져 있는 것이 왠지 모를 낭만을 심어주기까지 한다.
퇴근이 얼마남지 않은 금요일, 게다 팀장은 회의로 인해 자리를 비운지라 여기저기 웹 써핑을 하던 중에 그것도 심드렁하여 한 동안 방치해둔 블로그에 접속을 해보았다.
몬스터 대 에일리언 영화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거의 3개월여를 방치하고 있었구나. 그 동안 난 무엇이 그리 바빴던 것일까...라고 自問을 해보지만,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바빴다기 보다는 그저 난 그간 '멍'때리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지난 3개월여간 2건의 제안 작업으로 인해 정신이 없었던 시간이 존재했었지만, 난 주말도 없이 일했던 그 시간마저도 '멍'을 때리고 있었다. 결국 정신적 기면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글쎄... 귀찮았던 것이었던 뭐였든, '멍' 때렸다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은 '멍'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아닐 것 같고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생각보다 날 방치해둔 기간이 길었던 것에 대해서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든다.
하여, 당장 이 순간부터라도 내 정신을 바삐 움직여보겠노라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였으나, 얼마 가지 못 하고 다시 귀찮음증이 스멀스멀 내 전두엽을 간지르는 것이 느껴지는 건, 결국 난 '멍'증이 만성으로 전이? -_-;
처음 개미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접했을 때, 그리고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가 듀엣으로 주제곡을 불렀다는 사실 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이집트의 왕자까지도 난 드림웍스의 애니매이션은 신뢰하지 않았다. 캐릭터의 힘이나 중간중간 관객의 허를 찌르는 코믹이 잘 어우러진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가졌던 디즈니의 것에 비하면 캐릭터도 이야기도 그다지 흥미롭게 생각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나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 대한 불신을 한 방에 그것도 대박으로 깨줬던 작품이 슈렉이었다. 캐릭터의 창조성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살짝 디즈니를 비꼬는 듯한 풍자성에 난 제대로 한 방 맞았다. 하여, 그간 충성을 다했던 디즈니의 것이 기존 작품의 틀을 깨지 못하고 반복적 답습을 하는 사이 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는 팬의 입장으로 돌변하게 되었다.
하여, 몬스터 대 에이리언의 제작소식을 들었을 때 난 개봉 즉시 볼 것을 스스로에게 명했으며, 지구를 침공한 에이리언으로 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몬스터가 출동한다는 시놉시스 또한 마음에 들었기에 개봉 첫 주였던 지난 주말 주저없이 티켓팅을.
헌데.... 재미가 없다고 할 영화는 확실히 아니지만, 기대가 높아서였던 탓일게다. 계속 뭔가 빵하고 터질만한 것을 기다렸으나 그런게 없다. 캐릭터의 창조성과 세밀함에 대해서는 매우 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이지만, 기대했던 대박유머나 살짝 비틀어주는 패러디적 위트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3D로 봤다면...? 하는 하릴없는 가정을 자꾸 하게 된다.
어쩌면 드림웍스가 눈높이를 더 아이들에게 맞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보다는 어쩐지 캐릭터 사업을 염두에 둔 캐릭터의 짜임새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폄하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충분히 흥행성을 장착한 유쾌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다만 개인적인 오판일지는 모르겠으나 권선징악의 단선화된 식상한 이미지에 갇혀버린 디즈니와의 차별성을 무기로 성장해온 드림웍스가 이번 작품에서 어딘지 디즈니와의 동질성을 획득한 것 처럼 느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십년이 지나도록 내가 아직 질리지 않는 목소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Toni Braxton.
어쩌면 사회와는 단절된 군에서 처음 그 목소리를 접했기에 애정이 더 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들었을 때 얼핏 휘트니 휴스턴이 생각나던 목소리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도 데뷔시절에는 Post Whitney로 종종 소개되곤 했나보다.
헌데, Toni의 목소리에는 뭔가 모를 깊이가 느껴졌었다. 어쩌면 당시 R&B 가수라면 머라이어나 휘트니와 같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하이톤이 절제된, 중저음의 보이스가 가져다 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녀의 데뷔앨범을 듣고 있으면 기교이전에 곡 하나하나마다 자기감정을 이입하여 소화하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할까?
그렇게 나를 매료시켰던 Toni의 데뷔앨범을 처음 접한 건, 언급했듯이 군대에서였다. 인사 행정을 담당했고 대도시에서 군복무를 한 덕에 혼자 외근을 다닐 때면 어느정도 눈감아 줄 수 있을 범위에서 서점이나 레코드 가게를 들리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었다. 하여, 어느 날 레코드 가게에 들러 그 동안 내가 못 봤던 음반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는 사이로 보였던 것이 바로 Toni의 데뷔앨범이자 self-title이였던 'Toni Braxton'이였다.
당시, Toni Braxton이라는 이름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뚫어지듯 응시하던 눈빛에 끌려 그녀의 데뷔앨범을 덥썩 집었다. 어쩐지 그 눈빛에서 덤빌테면 다 덤벼보라는 그녀의 묘한 자신감에 홀렸다고 할까.
사실 이 앨범은 Toni의 맛깔스런 보컬외에 Babyface라는 걸출한 작곡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자매들과 The Braxtons라는 그룹활동을 하던 Toni를 발굴했던게 그였으며, 그녀의 데뷔앨범을 프로듀싱한 그의 감각이 이 앨범을 -최소한 나에게는-90년대를 대표할 수 있을 R&B앨범의 하나로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이 앨범은 전체적인 구성적 기승전결에서 특히 튀는 곳은 없다. 어찌 보면 전곡이 모두 비슷한 고저의 리듬을 탄다고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으로 그리하여 오랜 세월 반복하여 들어도 질림이 없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들었을 때 매료되는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남녀간 이별의 정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데뷔 시 가장 정점에 올라 있다고 생각되는 Toni의 힘찬 보컬은 확실히 귀에 바로 감기는 맛이 있다. 특히,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Breath Again의 곡 말미의 깊은 한숨을 듣고 있자면, 그녀가 이 앨범을 위해 얼마나 혼신을 다 했는지 느껴질 법도 하다.
그녀의 대표곡인 UnBreak my Heart가 수록된 2집의 대성공 후 개인파산, 그리고 과거의 명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프로모션의 부재로 점점 쇠락기를 걷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에 아틀란틱 레코드와 새로운 계약을 맺고 올해 새 음반을 준비하고 있으며, 비록 나이가 들면서 그녀의 목소리에서 강한 비트감은 빠졌을지언정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감성이 더해진 목소리는 아직 노쇠하지 않은 만큼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첨부하는 곡은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으며 그다지 유명한 곡은 아니지만,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Best 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