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시렁'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09.09.10 회랑정 살인사건 1
  2. 2007.09.14 용의자 X의 헌신 2
  3. 2007.08.21 천년의 그림여행 3
  4. 2007.08.16 악으로 깡으로 2
  5. 2007.01.22 오드리 헵번 - 사랑을 남기고 간 천사 2
  6. 2006.12.19 The Tao of Programming
  7. 2006.11.16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8. 2006.11.13 Jazz It Up 2
  9. 2006.11.01 마시멜로 이야기 2
책시렁2009. 9. 10. 00:08


싱거웠다.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과일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아직은 단물이 덜찬 물건을 씹은 느낌?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처음 접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호시탐탐 노렸고, 네이버 등에서 검색되는 그에 대한 호평은 나의 기대치를 꽤나 키워두었었다.
그래도 왠지 추리소설은... 하는 건방진 허영심에 기대치만 높여두고 한동안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중에 게이고의 작품 중엔 가벼운 편이라는 평을 듣는 회랑정 살인사건을 읽게 되었다.

첫장을 넘기며, 그가 알차게 짜둔 구도에 역시 흥미진진함을 느끼고,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내 나름의 추리를 세우곤 은근 그 결과가 맞기를 기대하게 했으며, 중후반부까지 유지했던, 10여분이 허락되는 짧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의 독서행태는 마치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한, 그리하여 늘 내일을 궁금해하는 효과를 유발해주기까지 했다.

하여, 결국 결말부는 극강에 도달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일요일 저녁시간을 할애하여 시원한 홈런을 기대하며 몰아치기 타법을 발휘했으나 결과는 빈타에 그치고 만.

생각보다 결말이 싱겁게, 아니 그보다는 중후반부까지 끌어온 힘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조급하게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으며, 결말에 이르러서의 주인공의 모습은 반전이라기보다는 어딘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기대만큼 끝까지 잘 짜여진 구조를 유지하지는 못한 느낌이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소일할 책을 찾는 다면 이 책도 나쁘지는 않을 선택이라고 생각되며, 내게 있어 게이고에 충성을 다할 지에 대한 결정은 백야행으로 미루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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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7. 9. 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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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활자 공포증에 시달렸었다. 가볍다고 생각되는 가십지를 읽어도 도무지 글이 질서정연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난독증을 한동안, 아니 꽤 오랜 기간동안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인문학에 대한 어설픈 강박관념으로 근래 선택한 '소피의 세계'와 '장정일의 공부'는 활자에 대한 나의 슬럼프를 더 깊게 해주었다.

좀처럼 치유되지 못하는 내 공포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책이 바로 이 책,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우선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았고, 초등학교 방학때면 습관적으로 읽던 추리소설에 대한 희미한 동경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의 하루만에 책을 완독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마치 요미우리의 이승엽이 이런저런 슬럼프 속에 3연타석 홈런을 날렸던 기분이랄까?

철저한 수학 천재였던 이시가미의 한 여자에 대한 헌신(?)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그의 트릭들 속에 그 답지 않은 어설픔을 발견하고 의심을 했으나, 의심을 했을지언정, 결말부에 이르러 그의 친구인 유가와에 의해 밝혀지는 진실 앞에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속았다!'
하지만, 이것은 유쾌한 충격이었다. 작가의 잘 짜여진 덫에 걸려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작품을 바로 읽어보고 싶은 욕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발버둥이란 말인가.

한 가지 섭섭한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을 구매하고자 인터넷 교보문고를 갔더니,지금은 이 책을 무려 45%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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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7. 8.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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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술에 젬병이다. 학교 미술시간에 미술 선생님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풍경화에서 제대로 된 맑은 하늘을 구경할 수 없었던 그야 말로 낙제생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이들어 왠지 생기는 미술에 대한 관심앞에 감히 그림 그리기를 배워 볼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고, 미술사라도 배워볼까 기웃거리던 중에 발견했던 책. 그책이 바로 스테파노 추피의 '천년의 그림여행'이었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면 그냥 한장 씩 넘겨가며 그림만 봐도 좋은 책이요, 어디가서 어설프게 젠척을 하고 싶을 때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설명을 외우려고 애써보기에도 편한 책이고, 좀 더 세밀한 미술사가 궁금하면 이 책의 시대순을 쫓아 인터넷에서 심화를 하기에 좋은 지표가 되주는 책이다.
미술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서가에 꽂아둘 가치가 충분할 것이라 생각되는 물건으로, 보고 있노라면 왜 사람들이 유럽 박물관 여행을 희구하는지  알만하다.  몇몇 그림은 지면으로만 봐도 감동인 것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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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7. 8.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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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시끌거리거나, 주변이 시끄러울 때 아무 생각없이 뒤척이게 되는 책이 있게 마련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꽤 유명했던 싸이미니(차승민)의 배낭 여행기인 '악으로 깡으로'가 내겐 그런 책이다.
그녀 특유의 만화와 여행 중 사진으로 책이 구성된 탓에, 그리고 여행기의 특성 상 그냥 손이 가는데로 펼쳐보아도 무방한 것이 그 이유이겠다.

오피스텔 밖에서 계속 된 프린지 페스티벌로 인한 인디 밴드들의 공연. 미로밴드의 개념상실 Smells Like Teen Spirit 처럼 듣기에 곤혹스럽지는 않았으나 나른한 저녁시간을 즐기고자 했던 오늘 내 욕구와는 배반되기에 창을 닫고 에어컨을 계속 켜두고 있자니 왠지 답답하고, 하여 창을 열어두자니 음악이 그대로 유입되어 오기에 축제 때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는 못난 학생처럼 난 이 책을 빼들었다.

국악도 세명의 한국 알리기 기행문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책은 볼때마다 뭔가 다른 느낌이다. 오늘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내 청춘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이 친구들도 이제 20대 후반을 치닫고 있겠지만, 이 책 속에 박제되어 있는 그들의 청춘에 대한 경외와 질투였을지도 모르겠다.

젊음. 그것은 언제나 활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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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7. 1. 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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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 내가 그녀를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 2학년때 동네극장에서 개봉했던 1956년作 전쟁과 평화를 통해서였다.
당시, 헐리웃 여배우라면 응당 금발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갖추는 것이 공식이라고 알고 있던 어린 학생에게 깡마른 모습의 오드리 헵번은 처음에는 실망이였지만, 곧 그녀가 가진 순수한 미소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 전쟁과 평화 이후 그리 멀지않은 간격을 두고 보게 된 로마의 휴일에서의 생기발랄한 앤공주는 내게 오드리 헵번을 영원히 잊지 못할 배우로 깊게 각인을 시켜주었다.

90년대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서 스크린 보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활약하는 사진 속 그녀의 자글해진 주름을 보면서 팽팽했던 과거의 아름다움이 그립다기 보다, 골골이 깊이를 더해가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더 뺏기었으니... 이것은 내가 지나친 오드리 헵번 광신도였기 때문이었을까?
이런 오드리 헵번 광신도라면 이 책은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이미 수많은 매체를 통해 그녀의 삶은 공개되어 있으나, 그녀의 삶의 기승전결과 그 속에 담겨 있는 한 여인으로서의 굴곡. 그리고 말년에 온 힘을 다했던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를 위한 봉사활동을 한꺼풀씩 읽어 내고 나면, 진정 그녀를 세기의 아이콘으로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은 모든 여성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추종하고자 하는 헵번 스타일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정신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그 근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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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6. 12.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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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Geoffrey James


예전에 J형으로 부터 받은 -지금도 국내에는 발간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시 아마존에서 직접 구매해주었던 성의에 감동을 받았던- 선물.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음직한 생각들일 수 있지만, 프로그래밍을 동양의 道에 빗댄지라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번씩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돈함과 함께 은근한 미소를 짓게끔 하는, 저자의 은근한 奇智가 돋보이는 책이다.

오늘 왠지 문득 이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지라...

Why are programmers non-productive?
Because their time is wasted in meetings.

Why are programmers rebellious?
Because the management interferes too much.

Why are the programmers resigning one by one?
Because they are burnt out.

Having worked for poor management, they no longer value their jobs.

내 상위 관리자는 어떠한 사람이며, 또 나는 후배들에게 어떠한 선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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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6. 11. 16. 01:54


* 저자 : Mark Haddon

독특함으로 선택하게 되는 책이 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때 먼저 눈에 띄인 것은 자뭇 긴 제목이었다.
첫 단락은 '2'로 시작하여 소수로 이어진다. 이 역시 독특하게 느껴지고,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크리스토퍼가 자폐증이라는 사실에 접하고 나면 이 모든 독특함은 이유있는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자체가 다수의 시선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의 왜곡됨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크리스토퍼는 개의 죽음을 추리함으로써 조금씩 자신의 틀을 깨어 나와 유쾌하게 세상과 맞서게 된다.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자폐아들을 동정하면서도 막상 단 하나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 모범적인 괘도만을 고집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얼마나 강력한 펀치이겠는가.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크리스토퍼가 자폐아라는 사실은 그다지 인식되지 않는다. 그저 영리한 꼬마놈이 마치 내 앞에서 쉼 없이 재잘거려주는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그 재잘임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여, 이 책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으나 막상 심리적 난독증으로 글자들이 시선에서 흩어지기만 하는, 바로 그러한 때에 읽어주면 완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진 또 하나의 재미는 -추리의 성격을 띄고는 있으나- 자폐아의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어느 한 서점에서 '여름을 오싹하게 보낼 추리소설' 코너에 분류해 놓은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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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6. 11. 13. 00:29


처음 재즈에 입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제즈비평가인 남무성씨는 100년의 재즈史를 전문만화가가 아님에도 조금은 투박한 선으로 재즈거장들의 특징과 에피소드를 잘 살려내었을 뿐 아니라, 漫畵訴求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재즈를 쉽게 풀이하여 재즈를 한층 쉬운 음악으로 착상시키고 있다.
그 덕에 피상적으로 듣기만 했던 재즈음반을 현실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좋은 조타수였지 않았나 싶다.

처음 책이 나올 당시, 1권의 호평에 힘입어 2권까지 나왔던.
1권이 재즈야사중심의 에피소드 소개라면, 2권은 재즈 본질인 음악에 집중을 한. 더불어 멀게만 느껴지던 우리나라 재즈음악가를 소개해주어 우리에게도 재즈가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이 계절, 친구놈 중 하나가 내게 재즈는 모르지만 재즈가 듣고 싶다고 하면, 역시 재즈 초심자에게 좋을 법한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와 함께 패키지로 엮어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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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2006. 11. 1. 00:40

어쩌면 난 이 글을 쓰기전에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난 읽지도 않은 책을 가지고 얘기를 풀어갈 것이므로.

건방진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난 결말이 뻔히 -그것도 제목에서 능히- 유추가 되는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마시멜로 이야기.
이 책이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상단을 차지하고 있을 때, 난 이 책이 내 수중에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이유도 그러하거니와 난 베스트셀러, 게다 처세술과 관련된 책 역시 좋아하지 않으니 이 책은 여러가지 이유로 내게는 홀대를 받을 조건을 타고난 운명인게였다.
헌데, 이런 책은 조직사회에서는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인지 회사에서 직원 당 한 권씩 배포가 된 덕에 의도하지 않은 동거가 시작되었는데...

내게는 태생 적 한계가 있던 책이니 죄의식 없이 홀대를 하더라도 전혀 무관하던 책이었으나, 근래 일단은 도대체 어떤 책인지 읽어나보자는 생각이 이 책의 책상위로의 무혈입성을 이끌어내었다.
이 책을 대하는 내 태도의 변화의 중심에는, 그렇다. 예상할 수 있듯 정지영씨가 서있다.
그리고 보면, 정지영씨는 대리번역 파문 후에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듯 하다.
파문이 일기전에는 유명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었고, 지금은 나 같은 독자의 관심을 끌어내어 결국 이 책을 보게끔 만들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한경에서는 이런 것까지 계산에 넣었던 것일까?

어찌됐건 언제 끝낼지는 모르겠으나, 난 이 책을 보려 한다.
정지영씨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왠지 그리해야만 할 것 같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사실, 정지영씨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그녀가 현명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썬데이 서울도 아닌 것을 아름다운 여자의 방긋함이 전면에 있어야 책이 팔리는 척박한 현실이 싫을 뿐이다.
더불어, 눈 앞의 달콤함이 전부가 아니라고 예상되는 책의 내용과는 다르게 독자들을 순간 현혹하기 위한 달콤한 표지와 정지영씨를 전면에 내세웠던 달콤한 마케팅은 왠지 모순같지 않나 싶다.
허나, 그렇다고 이 책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최상은 아니더라도, 내 태도를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짧게라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