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Daddy'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3.07.22 엄마
  2. 2013.07.03 응가가 닮았네?
  3. 2013.06.30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이 없이는...
  4. 2013.06.21 껌딱지
  5. 2013.06.17 싱글대디의 첫 주말.
  6. 2013.06.14 아직은.
  7. 2013.06.11 저 하늘에 엄마가.
  8. 2013.06.07 Being Single Daddy -3D
Being Daddy2013. 7. 22. 22:15

한달여간의 카타르 출장을 마치고 와이프는 돌아왔다. 나의 싱글 대디 봉인은 해제됐으나, 가끔씩은 이 곳에 끄적여 볼까 하는 욕심이다. 그렇지... 욕심은 욕심. 얼마나 꾸준히 이어갈지는 나도 자신은 없지만, 암튼.


준원이는 처음에 엄마를 낯설어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잠을 잘 때도 엄마를 찾는, 그리고 평소에 '엄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 바라기로 딸바꿈되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또 유도한 바도 있으며 그렇다고 욘석이 나를 홀대하는 것은 아니니까.)


"엄마" 


준원이의 행동에는 엄마를 다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의 엄마의 부재를 깨닫고 더 이상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는 심리적 불안심리가 기반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적 접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 그것이 바로...


"엄마"


그리고 수없이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 홀대되기 시작하는 단어.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단어. 그 사실을 깨닫고 내 손으로 움켜잡고자 할 때는 너무나 연약해져 부서질까 겁내지는 단어.


"엄마"


준원이도 이제 이 단어를 대견하게도 배워가고 있다. 하나하나 차근하게.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7. 3. 00:22

애를 업고 청소를 하며, 물론 내가 아직 육아 초보인 탓이 크겠지만, 씻지 못한 얼굴의 피지 점성을 더 돋아주는 땀의 찝찝함과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어떤 불평도 할 수는 없었다. 고작 두 어번 해보곤 불평을 하기엔 민망스럽기도 하거니와. 그 옛날 내 어머니께서, 그리고 우리들의 어머니들께서 이렇게 지내오셨을 시간을 생각하면 내 불평은 그저 찌질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에.

결국 부모님의 은혜가 가이없음을 깨닫는 것은 언제나 지나간 버스를 헉헉 거리며 뒤쫓는 느낌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버스를 아쉬워하고 조금만 더 서두를 걸 하며 스스로 자책하지만 결국 지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을 뿐이고.


암튼, 준원이를 보느라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지치셨을 장모님을, 마침 토요일에 조선 꽃의녀 3인방(사촌동생:지영,수정,예림양)의 방문도 있으시기에 토요일 이른 시간에 일본 뇌염 2차 예방접종을 맞추고 수원 결혼식에 다녀온 후, 처남집에 다녀오시게끔.

그녀들 덕에 토요일 저녁을 수월히 넘기었고, 오랜만에 만난 김에 준원이 재우고 회포나 풀까 헀던 생각은 수포로 돌아간지라 아쉬움이 잔향을 남겼으나, 새로운 발견은 낯을 꽤 가리기 시작하는 준원이가 예림이에겐 졸리다고 무려 먼저 안기는 은총을 베푸셨다는 것. 예림인 이 대목에서 우쭐해져도 돼.


좀 더웠는지 자다 잠시 보챈 것 빼면 잘 잤고, 어서 벌레를 잡아 먹으라고 효자스럽게 나를 새벽 다섯시에 깨워주신 준원군. 녀석은 어쩌면 이 날 '인과응보'정도의 개념은 배웠을지도 모를 것이다. -내가 너무 피곤했던지라- 쭉쭉이 체조도 없이 녀석에게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곤란한 이유 세 개를 얘기해주니, -분명 내가 보기엔-그냥 혼자 멍 때릴 걸 괜시리 아빠를 깨웠나 하는 찰라의 후회감이 보였다는 억지스러움을 피력하지만, 그래도 이 억지의 반증을 제시할 수도있으니, 그것은 준원이가 월요일 아침은 일어나서 혼자 본인의 매트 안에서 발 차기 놀이를 하고 있더라는.

준원이에게 썰을 풀고 나니 나 역시 잠은 좀 깨는 지라, 어찌나 개운하.........지 않던지 -_-; 잠을 질질 끌어내어 녀석의 우유를 태워주고 놀아주고 새벽부터 활발한 장운동을 하시어 1차 응가를 투하하시니 이를 정리하고... '먹이고 치우고 재우고' 오토 리버스 기능의 서막. 점심 나절이 되니, 녀석 오전에 먹였던 유산균이 장까지 행진을 잘 했는지 2차 응가 투하를 하시기에 힘껏 씻겨 주고 나니 중동 더위를 한껏 체험 중인 마눌을 생각하며 참기엔 더운건 더운 것이기에 결국 마트 행을 감행하였다.

마트를 가기 전 그렸던 이미지는 헐리웃 아들바보들 못지 않을 초 화보 컨셉이었으나 한 손엔 애를 안고, 한 손으로는 카트를 끌다 시식으로 주린 배에 대한 예의를 갖춰주는 초 현실주의를 달성해내며, 준원이 과일과 약간의 먹거리를 사다보니, 생각보다 마트가 썩 시원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굳이 녀석의 이유식을 불편한 마트의 수유실에서 주기도 미안스러워서 총총총 귀가를 하여 밥을 먹이고 나니 아무래도 집은 치워야 겠는데, 과연 애를 방치한 상태에서 가능할까 싶어 관두려고 했으나 근래 계속 열어두는 창문 덕에 가뜩이나 먼지가 많을 집이 더 더럽다는 생각에 미치니 건강한 육아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부푼 일념이 발동.


하여 애를 업고 준원이와 함께 필승을 다짐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안방부터 시작. 다행히 안방을 할 동안은 요 녀석이 내 등에서 갖은 애교를 부려가며 잘 버티어주기는 했으나, 내 등과 녀석의 배는 축축한 땀으로 더위와 교감을 하는지라 어쩔 수 없이 잠시내려 놓고 놀아주다, 사나이가 한 번 뽑은 칼이기에 다시 업곤 마루에 놓인 준원이의 장난감을 이리 저리 치우며 스팀 청소기를 돌리고, 슬며시 자기 시작하는 녀석의 고개가 행여나 젖혀질까 등을 곧게 펴지 못한 채 노심초사 청소를 하다보니, 무릎을 굽히고 펼 때마다 괴성으론 사라포바도 이결 낼 데시벨이 절로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무튼 뭐, 마루와 나머지 방들을 치우고 나니 역시 업을 줄만 알았지 업은 아이 눕힐 줄은 모르는 내 스킬에 한탄하며, 결국 애를 깨워내고야 만지라 간식과 이유식을 챙겨주고, 사랑과 정열을 다 해 놀아주던 중 기저귀가 좀 축축하길래 오줌이려니 하고 무방비로 벗기려했더니, 아뿔싸! 세 번째 응가가 살짝 투척. 이 상황이 뭐가 그리 난 좋았는지 한껏 웃어줬더니 녀석도 박장대소. 이젠 엉덩이를 씻기려 세면대에 잠시 발을 닿게 하면 수도꼭지를 들어 올리는 일은 수월해진 녀석의 끝없는 물놀이에 둘 다 홀딱 젖어버리다 보니, 이제 곧 둘이 욕조에서 같이 목욕할 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에 올라오는 뭔가 모를 벅차오름.은 지가 네델란드를 구했다는 구라가 구전되고 있는 한스소년인 줄 아는 준원이의 수도관을 막은 손가락에 세차게 내 얼굴을 때린 물줄기가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돌이 지났기에 좀 많다 싶은 생각은 들어도 변의 점성이나 색에 이상이 없고 이전에도 3회의 이력은 시터 이모님께 들은 적이 있기에 내가 좀 귀찮을 뿐이라는 생각과 아직은 나의 4회 기록에는 미달하는 구나 싶은 묘한 경쟁심리에 스스로 유치해하며 시원하게 있으라고 기저귀를 벗겨주자 마자 이번에는 소변을 마루에 아름답게 수 놓아 주시는 기특함을 보여주시는 준원군.

이 쯤되면 설마 또 소변을 지리겠나 싶어, 남자는 늘 그 곳이 시원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역시 기저귀를 벗겨둔 채 이번에는 준원이 책이 꽂혀진 방에 가서 같이 책을 보자고 꼬시곤 원하는 책을 가져오게끔 하는 중에 책을 적시며 바닥에 호수를 만들어 내시는 창조의 신비를 보여주시었으니... 할레루야~


헛헛한 웃음으로 당장 손에 잡히는 물티슈로 닦아내는 데, 준원이가 물티슈를 한장 뽑더니 옆에서 같이 자기 오줌을 닦아내는 모습에 3살 쯤에 시킬 계획이었던 집청소 분담을 꽤 많이 당겨서 달성할 수 있겠다는 뿌듯함이 다시 한번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였다. 두 번의 오줌을 치우고 나니 살짝 겁도 나는지라 기저귀를 채우곤 이유식을 먹이고 좀 놀아주려는데 익숙한 THE 스멜...


결국 녀석이 나의 4회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내가 김동인이었다면 '발가락이 닮았네'가 아니라 '응가가 닮았네'를 집필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공상 속에 아침에 태어난 응가는 저녁에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의 깨달음을 얻으며  준원이와 오롯이 둘이 함께 했던 두 번째 주말은 이렇게 막을 내려주었다.


사진은 시원하게 벗겨드린 준원이의 깔끔한 자태.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30. 23:57
육아를 논하지 말지외다.

뭔가 끄적일게 많을 것 같은 밤이지만, 진심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도저히 ㅡ.ㅡ

눈물없이 볼 수 있을 땀에 젖은 두 부자의 청소놀이.
유전자 검사보다 더 진한 응가 친자 확인.

굳이 예고편을 쓰자면 이 정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21. 00:02

'아이구~ 아빠 껌딱지 됐네!' 시터 이모님이 하시곤 하는 말이다. 안고 있는 준원이를 출근을 위해 이모님께 건네드리고자 하면, 준원이가 나를 부여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보일 때.

이 껌딱지가 엄마가 출장을 간 사이에는 더 심해졌다. 그리고 금주 화요일에는 무려 자정 무렵에 들어간지라 애가 자는 것도 못 봤던 이후에는 꽤나 심하게 느껴진다. 급기야 오늘 아침과 저녁에는 애를 안고 옷을 갈아 입고 벗는 신공을.


유아 심리적으로 부모 중 한 사람의 부재를 깨달으면 본인의 곁에 있는 부모 중 남은 한 사람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하게 생성될 것이 예상된 바이긴 하다. 헌데 이런 껌딱지 행태는 나와 둘만 있었던 며칠간 보다, 장모님이 와계시는 요즘 더 해지는 느낌. 물론 장모님이 안 계실 때야 야근은 없었고, 그 때는 와이프가 출장간 지 얼마 안된 때이기는 했지만, 점점 내게 달라붙기를 희구하는 녀석을 보면 요 놈의 속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역시 유아심리학을 공부해봐야 겠다는 것. 그래서 좋은 책이나 방법을 추천해줄 분은 언제든 환영.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17. 00:55

시작하기에 앞서, 매일 육아블로그를 올리는 엄마들은 굉장한 유한 마담이거나 혹은 엄청난 의지력을 가진 슈퍼맘이거나. 토요일 온전한 하루와 일요일 반나절을 애와 단둘이 보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 그러하다.

준원이의 젖병과 이유식 그릇 등의 설거지로 주말을 마무리 지으며 와이프의 출장 기간동안 만이라도 열심히 써보겠노라 했던 이 놈의 블로그를 채워 보고자 꺼내 들었던 노트북은, 사막 모래바람 속에서도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유지하고 계시는 마느님의 전화벨 소리에도 깨지 못 하고 새끈새끈 자고 있었다.

쪽잠을 깬 김에 그래도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녀석을 깨우고, 이렇게 끄적이려고 하다 보니 매일 육아 블로그를 쓰는 엄마들의 진심어린 노고를 추앙하지 아니할 수 없다.

 

아무튼. 이번 주말이 시작되기 전, 나는 준원이와 단둘이 국립 중앙박물관에 갈 생각을 했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나의 소박한 포부따위보다는 일단 집에서 멀지 않다는 점에서 시작된 결심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실패. 인생이 늘 계획처럼 됐다면 난 내일 개발환경 가이드 교육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누군가 안락한 의자에 눕히고 '레드썬~!'같은 주문만 걸어도 되는 거겠지.

사실, 토요일만 했어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추고 준원이와 난 차에 탑승을 했었다. 근데 정작 나의 애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 시동이... OTL

며칠 전부터 배터리가 살짝 의심이 갔었드랬더만, 예상대로 배터리가 장렬히 최후를 맞으셨던지라 어쩔 수 없이 보험사를 통해 긴급점검을 받고 바닥을 드러낸 엔진 오일을 갈고 나니, 준원이 우유는 토요일은 5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한살림이라는 가게에서 미리 세 병을 사놓으라고 신신당부했던 와이프의 지령을 달성하기에 박물관 나들이는 적절치 않은 방해요소였다. 일요일은 오후에 장모님이 올라오시다보니 어찌어찌하여 실패.

계획대로 되지 않아 뭔가 아쉬운 주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바빴을 걸? 대충 정리해보면...

▣ 토요일
5시 50분 일어나서 우유 100ml 주고, 단지 옆 산에 산책 다녀와서 우유 100ml 또 주고 열심히 놀아주곤, 최초로 애 업고서 수박 갈아주다 잠들었기에 낮잠 재우고 나서 난 그 시간에 설거지며 집정리. 깼기에 이유식 먹이고 한살림 가서 우유만 사오고 박물관 가려고 했던 계획은 위에 말한대로 실패. 정비소에 차 맡기고 그 시간동안 근처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차를 찾으니 3시 30분쯤? 한살림에서 우유와, 생각해보니 난 정작 먹은게 별로 없어 빵을 사오는 길에 아파트 분수에서 놀아주고, 집에 돌아와 이유식 먹이고 나니 오늘 청소를 해야 일요일 원없이 애하고 놀 것 같기게 다시 한번 준원이 업고 청소시작. 업고하자니 혹시나 고개 꺽일까봐 꼬부랑 자세 유지했더니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체험. ∴마루만. 청소 끝난게 7시가 좀 넘었나? 다시 이유식 주고 요놈 좀 웃겨주고 우유 먹이고 재우고 나서 다시 설거지... 쓰고나니 뭔 하루 일과가 오토리버스 같다 -_-;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

▣ 일요일
6시에 일어나서 우유 주고 나니 이상하게 내가 속이 거북하고 구토가 쏠려서 산책은 못 가겠고 집에서 노니노니.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애 업고 밥을 하는 중에 착하게도 쿨쿨 자주시길래, 업을 줄만 알고 업은 아이 눕힐 줄은 제대로 모르는 나는 그대로 내 몸을 바닥에 엎드려 밀착시킴 -_-; 오수 끝, 이유식 먹이며 나도 밥 먹고 나니 미처 보지 못한 문자 발견. 서울역에 12시 30분에 도착하신 다는 장모님이 것. 사과 갈아 먹이고 시계를 보니 얼추 12시. 도착시간에 맞춰 전화드리고는 옥수역까지는 마중을 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미리 도착하여 근처 미타사라는 절 구경. 근데 정말 별거 없음. 장모님 뵙고 집에 와서 가져오신 싱싱한 야채와 함께 점심식사. 덕에 역시 밥이 보약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됨. 물론 준원이도 이 때 이유식. 준원이 졸려하는 김에 재우고 모두 다 낮잠. 일어나보니 장모님은 오디를 준원이에게 주고 계시던 중. 시간은 여섯시에 가까워짐. 이마트에 가서 장보고는 집에 와서 이유식 먹이고, 놀아주다 우유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 역시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

이마트 인증샷.
왼쪽 입술 위 점은, 집에서 이유식 먹이다 뭍은 것.
나름 섹시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데리고 나갔음 -_-a

 

이까지 쓰고나니 내가 와이프의 전화를 받고 깨기 전, 블로깅하려고 했던 건 이런게 아니었다 -_-;

1. 싱글맘과 싱글대디에 대한 소고.
2. 혼자 아이를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
3.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 대한 애틋함.
4. 준원이의 행동에 대한 소소한 분석기.
5. 준원이가 처음 본 것.
    ex) 달팽이

등이 었다만, 나중에 쓰고 싶어지거나 생각나면 하든. 지금은 도저히 졸려서 못 버틸 지경이기에. 난 결린 내 좌측 어깨를 풀어줄겸 누워서 자야겠음.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14. 00:20

 준원이는 엄마의 부재를 알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보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아직은.

그리고 어제 장모님이 내려가신 후 혼자 아들녀석을 보는 이틀째를 맞이한 나 역시 잘 지내고 있다. 아직은.

물론 아직은,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커버를 해주고 계시긴 하기에,
그리고 아직은, 주말을 맞이해 보지 않았기에 잘 지내고 있다는 판단은 섣부른 것이긴 하다.

 

아무튼 잘 지내고 있다고 해서, 변화가 전혀 없을 리는 없다.

1. 아침에 출근할 때면 안아달라고 하고,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쯤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그 강도가 좀 더 세짐.

2. 욘석이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자기 전에 우유를 줄 사람은 아빠 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쳤는지 전에 비해 우유먹이기가 훨씬 수월해짐.

3. 성장의 과정 중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되지만, 밤에 자는 중에 깨는 일이 한 번으로 줄었으며, 깨는 것도 잠시 칭얼거리다 자는 수준임. (물론 더 지켜봐야 할 변화이긴 함)

4. 철저히 준수해주던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일을, 오늘은 준원이가 혹시나 깰까봐(변화 3번을 아직 100%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 그냥 뭉개고 있음.

아직은, 이 정도.

 

그리고 아래 사진은 아무 이유 없는 짤방.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11. 01:07


엄마, 조금 전 비행기로 한국을 떠나셨다구요?! 아빠가 제 두 손을 부여잡고, 꺼이꺼이 울고 싶은 걸 분.명.히. 참.으.면.서. 말씀 해주셨어요.


혹시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엄마를 볼 수 있을까 했지만... 그래요, 엄마. 이 사진은 사실 며칠 전에 아빠한테 찍힘 당한거에요. 저의 하얀 거짓말을 꾸짖기 전에 상황에 맞게 사진을 select한 제 센스를 어엿비 여기어주세요.


엄마의 빈 자리가 벌써 크게 느껴지는 밤이지만, 제가 자꾸 보채면 엄마가 더 힘드실테니까, 마.음.속.으.론. 그.리.움.에. 울.고. 있어도 쿨쿨 잘 자고 있는 아빠를 믿고 잘 견디고 있을게요. 그리고, 엄마 뒤엔 항상 똥기저귀 의열단의 수장인 제가 버티고 있으니, 엄마를 괴롭히는 무리는 제게 맡기세요. 공격대상을 알려주시면 몇 장 투척하고 올게요.


엄마! 엄마의 우아한 롱다리를 쉬게 하기엔 비행기 좌석이 많이 좁겠지만, 그래도 편한 비행되시길 바랄게요. 도착하시면 연락주시구요. 엄마! 언제나 사랑해요!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7. 14:07

어릴 적 보곤 했던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의 '해외에 계신 근로자 여러분들'의 범주에 내 가족이 속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경우의 수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온다. 바로 지금이 그러하다.

마느님께서 6월 10일부터 한 달의 일정으로(경우에 따라서는 한 달이 넘을 수도 있단다.) 중동 출장을 가신다. 오일머니를 캐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노동자 무리에 합류하시는게다.

하여, 난 그 기간동안은 타발적 Single Daddy의 삶을 부여 받아야 한다. 당장 욘석 손발톱은 잘 깍을 수 있을지, 애를 등에 업어본 적이 없는데 혼자 애기띠로 가능할지, 매주 목요일에만 가능한 쓰레기 분리수거는 잘 될 수 있을지, 프로젝트 야근은 어떻게 대응해내야 할지, 병석에 계신 모친의 병문안은 원활할 수 있을지 등등 사소하면서도 방대한 걱정거리가 머리를 누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주말마다 들로 산으로 다니며 엄마의 공백을 양껏 채워주겠노라는 의지를 다지고 나면 뭔가 멋스러운 느낌이 들기까지 하는 허세로움이 조금은 마음이 들뜨게도 해준다..........만, 여성의 레벨링이 저평가되고 있는 덥디 더운 타지에서, 게다 출장기간 동안 이슬람의 단식기간인 라마단까지 끼여 있다고 하고, 일종의 TroubleShooter 역할로 가는 와이프의 입장을 생각하면, 들뜬 마음은 매주 아들녀석과 함께 이태원 이슬람사원에 가서 그녀의 무사귀환을 알라신에게 기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경건(?)한 의무감으로 형변환이 된다.

아직 여전히 곁에 있는 그녀이기에 미약한 체감력은 돌아오는 월요일 공항으로 배웅을 해주고 나면 극대화되겠지. 어쩌면 홀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공항에서의 귀가길에 차 안에서 All By Myself를 목청껏 불러주는 난처한 처량함을 보일지도.

뭐 아무튼.
'율! 부디 몸 건강히,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 가진 역량을 성실히 발휘하여 문제를 현명하게 풀고 오기를 기대하고 있을게. 그리고 없는 동안 준원이가 날 잘 돌보고 있을테니 내 걱정은 하지마.'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