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Daddy2013. 6. 7. 14:07

어릴 적 보곤 했던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의 '해외에 계신 근로자 여러분들'의 범주에 내 가족이 속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경우의 수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온다. 바로 지금이 그러하다.

마느님께서 6월 10일부터 한 달의 일정으로(경우에 따라서는 한 달이 넘을 수도 있단다.) 중동 출장을 가신다. 오일머니를 캐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노동자 무리에 합류하시는게다.

하여, 난 그 기간동안은 타발적 Single Daddy의 삶을 부여 받아야 한다. 당장 욘석 손발톱은 잘 깍을 수 있을지, 애를 등에 업어본 적이 없는데 혼자 애기띠로 가능할지, 매주 목요일에만 가능한 쓰레기 분리수거는 잘 될 수 있을지, 프로젝트 야근은 어떻게 대응해내야 할지, 병석에 계신 모친의 병문안은 원활할 수 있을지 등등 사소하면서도 방대한 걱정거리가 머리를 누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주말마다 들로 산으로 다니며 엄마의 공백을 양껏 채워주겠노라는 의지를 다지고 나면 뭔가 멋스러운 느낌이 들기까지 하는 허세로움이 조금은 마음이 들뜨게도 해준다..........만, 여성의 레벨링이 저평가되고 있는 덥디 더운 타지에서, 게다 출장기간 동안 이슬람의 단식기간인 라마단까지 끼여 있다고 하고, 일종의 TroubleShooter 역할로 가는 와이프의 입장을 생각하면, 들뜬 마음은 매주 아들녀석과 함께 이태원 이슬람사원에 가서 그녀의 무사귀환을 알라신에게 기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경건(?)한 의무감으로 형변환이 된다.

아직 여전히 곁에 있는 그녀이기에 미약한 체감력은 돌아오는 월요일 공항으로 배웅을 해주고 나면 극대화되겠지. 어쩌면 홀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공항에서의 귀가길에 차 안에서 All By Myself를 목청껏 불러주는 난처한 처량함을 보일지도.

뭐 아무튼.
'율! 부디 몸 건강히,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 가진 역량을 성실히 발휘하여 문제를 현명하게 풀고 오기를 기대하고 있을게. 그리고 없는 동안 준원이가 날 잘 돌보고 있을테니 내 걱정은 하지마.'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