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2009. 4. 26. 00:32

십년이 지나도록 내가 아직 질리지 않는 목소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Toni Braxton.
어쩌면 사회와는 단절된 군에서 처음 그 목소리를 접했기에 애정이 더 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들었을 때 얼핏 휘트니 휴스턴이 생각나던 목소리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도 데뷔시절에는 Post Whitney로 종종 소개되곤 했나보다.
헌데, Toni의 목소리에는 뭔가 모를 깊이가 느껴졌었다. 어쩌면 당시 R&B 가수라면 머라이어나 휘트니와 같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하이톤이 절제된, 중저음의 보이스가 가져다 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녀의 데뷔앨범을 듣고 있으면 기교이전에 곡 하나하나마다 자기감정을 이입하여 소화하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할까?

그렇게 나를 매료시켰던 Toni의 데뷔앨범을 처음 접한 건, 언급했듯이 군대에서였다. 인사 행정을 담당했고 대도시에서 군복무를 한 덕에 혼자 외근을 다닐 때면 어느정도 눈감아 줄 수 있을 범위에서 서점이나 레코드 가게를 들리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었다. 하여, 어느 날 레코드 가게에 들러 그 동안 내가 못 봤던 음반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는 사이로 보였던 것이 바로 Toni의 데뷔앨범이자 self-title이였던 'Toni Braxton'이였다.
당시, Toni Braxton이라는 이름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뚫어지듯 응시하던 눈빛에 끌려 그녀의 데뷔앨범을 덥썩 집었다. 어쩐지 그 눈빛에서 덤빌테면 다 덤벼보라는 그녀의 묘한 자신감에 홀렸다고 할까.

사실 이 앨범은 Toni의 맛깔스런 보컬외에 Babyface라는 걸출한 작곡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자매들과 The Braxtons라는 그룹활동을 하던 Toni를 발굴했던게 그였으며, 그녀의 데뷔앨범을 프로듀싱한 그의 감각이 이 앨범을 -최소한 나에게는-90년대를 대표할 수 있을 R&B앨범의 하나로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이 앨범은 전체적인 구성적 기승전결에서 특히 튀는 곳은 없다. 어찌 보면 전곡이 모두 비슷한 고저의 리듬을 탄다고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으로 그리하여 오랜 세월 반복하여 들어도 질림이 없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들었을 때 매료되는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남녀간 이별의 정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데뷔 시 가장 정점에 올라 있다고 생각되는 Toni의 힘찬 보컬은 확실히 귀에 바로 감기는 맛이 있다. 특히,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Breath Again의 곡 말미의 깊은 한숨을 듣고 있자면, 그녀가 이 앨범을 위해 얼마나 혼신을 다 했는지 느껴질 법도 하다.

그녀의 대표곡인 UnBreak my Heart가 수록된 2집의 대성공 후 개인파산, 그리고 과거의 명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프로모션의 부재로 점점 쇠락기를 걷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에 아틀란틱 레코드와 새로운 계약을 맺고 올해 새 음반을 준비하고 있으며, 비록 나이가 들면서 그녀의 목소리에서 강한 비트감은 빠졌을지언정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감성이 더해진 목소리는 아직 노쇠하지 않은 만큼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첨부하는 곡은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으며 그다지 유명한 곡은 아니지만,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Best Friend
Posted by yup!e
오늘은...2009. 4. 22. 23:54


오전에 졸립기도 하고, 창으로 떨어지는 볕이 너무 좋아보여 사무실에서 잠시 나갔었다. 생각보다 바람이 차긴 했으나 고개를 젖히니 눈에 가득차는 파랗게 질린 하늘은 내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그렇지만 예상했듯 어쩔 수 없이 옥죄는 현실의 쳇바퀴에, 같이 쉬러 나온 친구녀석과 뻔한 신세한탄만을 하자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욕구의 게이지는 되려 한계를 넘어서버렸다.

그렇다고 내일 출근을 배반할 수 있을 배포가 내게는 없기에 과거에 여행을 다니며 찍었던 사진을 들춰보며 내 스스로에게 소극적인 위로를 해줄 수 밖에.

말 그대로 꽃피는 춘삼월에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자유는, 진정 직장인에게는 허락되지 못할 사치란 말인가? -_-a
Posted by yup!e
은둔주점/와인2009. 4. 17. 00:01

오랜만에 대학동기들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 와인을 처음 접한 것은. 왁자지껄 녀석들과의 즐거운 수다가 최고의 안주였으며 그 안주가 지나치게 강한 맛이었던 지라 이 와인의 맛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고 면피성 발언을 하고 싶지만, 기실은 이미 취기가 살짝 오르도록 사케를 마신 전작이 있었기에 안 그래도 무딘 혀가 더 무뎌진 탓일게다. -_-;

붉은 자주빛의 빛깔은 균질하게 좋았고, 바디감이나 탄닌이 강하지 않았던 기억이라 친구들과의 부담없는 만남에 더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덕인지 끝 맛의 여운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끝까지 맴 돈다기보다는 친구들과의 가벼운 수다와도 같이 곱씹을 여운없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던지라 격를 갖춰야 할 묵직한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내겐 (사케와의 시너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을 즐거운 와인이 되어 줄 듯 하다.

아래는 본 와인의 홈페이지에서 와인정보를 캡춰한 것.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