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Daddy2013. 6. 21. 00:02

'아이구~ 아빠 껌딱지 됐네!' 시터 이모님이 하시곤 하는 말이다. 안고 있는 준원이를 출근을 위해 이모님께 건네드리고자 하면, 준원이가 나를 부여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보일 때.

이 껌딱지가 엄마가 출장을 간 사이에는 더 심해졌다. 그리고 금주 화요일에는 무려 자정 무렵에 들어간지라 애가 자는 것도 못 봤던 이후에는 꽤나 심하게 느껴진다. 급기야 오늘 아침과 저녁에는 애를 안고 옷을 갈아 입고 벗는 신공을.


유아 심리적으로 부모 중 한 사람의 부재를 깨달으면 본인의 곁에 있는 부모 중 남은 한 사람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하게 생성될 것이 예상된 바이긴 하다. 헌데 이런 껌딱지 행태는 나와 둘만 있었던 며칠간 보다, 장모님이 와계시는 요즘 더 해지는 느낌. 물론 장모님이 안 계실 때야 야근은 없었고, 그 때는 와이프가 출장간 지 얼마 안된 때이기는 했지만, 점점 내게 달라붙기를 희구하는 녀석을 보면 요 놈의 속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역시 유아심리학을 공부해봐야 겠다는 것. 그래서 좋은 책이나 방법을 추천해줄 분은 언제든 환영.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17. 00:55

시작하기에 앞서, 매일 육아블로그를 올리는 엄마들은 굉장한 유한 마담이거나 혹은 엄청난 의지력을 가진 슈퍼맘이거나. 토요일 온전한 하루와 일요일 반나절을 애와 단둘이 보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 그러하다.

준원이의 젖병과 이유식 그릇 등의 설거지로 주말을 마무리 지으며 와이프의 출장 기간동안 만이라도 열심히 써보겠노라 했던 이 놈의 블로그를 채워 보고자 꺼내 들었던 노트북은, 사막 모래바람 속에서도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유지하고 계시는 마느님의 전화벨 소리에도 깨지 못 하고 새끈새끈 자고 있었다.

쪽잠을 깬 김에 그래도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녀석을 깨우고, 이렇게 끄적이려고 하다 보니 매일 육아 블로그를 쓰는 엄마들의 진심어린 노고를 추앙하지 아니할 수 없다.

 

아무튼. 이번 주말이 시작되기 전, 나는 준원이와 단둘이 국립 중앙박물관에 갈 생각을 했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나의 소박한 포부따위보다는 일단 집에서 멀지 않다는 점에서 시작된 결심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실패. 인생이 늘 계획처럼 됐다면 난 내일 개발환경 가이드 교육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누군가 안락한 의자에 눕히고 '레드썬~!'같은 주문만 걸어도 되는 거겠지.

사실, 토요일만 했어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추고 준원이와 난 차에 탑승을 했었다. 근데 정작 나의 애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 시동이... OTL

며칠 전부터 배터리가 살짝 의심이 갔었드랬더만, 예상대로 배터리가 장렬히 최후를 맞으셨던지라 어쩔 수 없이 보험사를 통해 긴급점검을 받고 바닥을 드러낸 엔진 오일을 갈고 나니, 준원이 우유는 토요일은 5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한살림이라는 가게에서 미리 세 병을 사놓으라고 신신당부했던 와이프의 지령을 달성하기에 박물관 나들이는 적절치 않은 방해요소였다. 일요일은 오후에 장모님이 올라오시다보니 어찌어찌하여 실패.

계획대로 되지 않아 뭔가 아쉬운 주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바빴을 걸? 대충 정리해보면...

▣ 토요일
5시 50분 일어나서 우유 100ml 주고, 단지 옆 산에 산책 다녀와서 우유 100ml 또 주고 열심히 놀아주곤, 최초로 애 업고서 수박 갈아주다 잠들었기에 낮잠 재우고 나서 난 그 시간에 설거지며 집정리. 깼기에 이유식 먹이고 한살림 가서 우유만 사오고 박물관 가려고 했던 계획은 위에 말한대로 실패. 정비소에 차 맡기고 그 시간동안 근처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차를 찾으니 3시 30분쯤? 한살림에서 우유와, 생각해보니 난 정작 먹은게 별로 없어 빵을 사오는 길에 아파트 분수에서 놀아주고, 집에 돌아와 이유식 먹이고 나니 오늘 청소를 해야 일요일 원없이 애하고 놀 것 같기게 다시 한번 준원이 업고 청소시작. 업고하자니 혹시나 고개 꺽일까봐 꼬부랑 자세 유지했더니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체험. ∴마루만. 청소 끝난게 7시가 좀 넘었나? 다시 이유식 주고 요놈 좀 웃겨주고 우유 먹이고 재우고 나서 다시 설거지... 쓰고나니 뭔 하루 일과가 오토리버스 같다 -_-;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

▣ 일요일
6시에 일어나서 우유 주고 나니 이상하게 내가 속이 거북하고 구토가 쏠려서 산책은 못 가겠고 집에서 노니노니.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애 업고 밥을 하는 중에 착하게도 쿨쿨 자주시길래, 업을 줄만 알고 업은 아이 눕힐 줄은 제대로 모르는 나는 그대로 내 몸을 바닥에 엎드려 밀착시킴 -_-; 오수 끝, 이유식 먹이며 나도 밥 먹고 나니 미처 보지 못한 문자 발견. 서울역에 12시 30분에 도착하신 다는 장모님이 것. 사과 갈아 먹이고 시계를 보니 얼추 12시. 도착시간에 맞춰 전화드리고는 옥수역까지는 마중을 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미리 도착하여 근처 미타사라는 절 구경. 근데 정말 별거 없음. 장모님 뵙고 집에 와서 가져오신 싱싱한 야채와 함께 점심식사. 덕에 역시 밥이 보약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됨. 물론 준원이도 이 때 이유식. 준원이 졸려하는 김에 재우고 모두 다 낮잠. 일어나보니 장모님은 오디를 준원이에게 주고 계시던 중. 시간은 여섯시에 가까워짐. 이마트에 가서 장보고는 집에 와서 이유식 먹이고, 놀아주다 우유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 역시 먹이고 재우고 치우고.

이마트 인증샷.
왼쪽 입술 위 점은, 집에서 이유식 먹이다 뭍은 것.
나름 섹시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데리고 나갔음 -_-a

 

이까지 쓰고나니 내가 와이프의 전화를 받고 깨기 전, 블로깅하려고 했던 건 이런게 아니었다 -_-;

1. 싱글맘과 싱글대디에 대한 소고.
2. 혼자 아이를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
3.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 대한 애틋함.
4. 준원이의 행동에 대한 소소한 분석기.
5. 준원이가 처음 본 것.
    ex) 달팽이

등이 었다만, 나중에 쓰고 싶어지거나 생각나면 하든. 지금은 도저히 졸려서 못 버틸 지경이기에. 난 결린 내 좌측 어깨를 풀어줄겸 누워서 자야겠음.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14. 00:20

 준원이는 엄마의 부재를 알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보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아직은.

그리고 어제 장모님이 내려가신 후 혼자 아들녀석을 보는 이틀째를 맞이한 나 역시 잘 지내고 있다. 아직은.

물론 아직은,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커버를 해주고 계시긴 하기에,
그리고 아직은, 주말을 맞이해 보지 않았기에 잘 지내고 있다는 판단은 섣부른 것이긴 하다.

 

아무튼 잘 지내고 있다고 해서, 변화가 전혀 없을 리는 없다.

1. 아침에 출근할 때면 안아달라고 하고,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쯤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그 강도가 좀 더 세짐.

2. 욘석이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자기 전에 우유를 줄 사람은 아빠 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쳤는지 전에 비해 우유먹이기가 훨씬 수월해짐.

3. 성장의 과정 중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되지만, 밤에 자는 중에 깨는 일이 한 번으로 줄었으며, 깨는 것도 잠시 칭얼거리다 자는 수준임. (물론 더 지켜봐야 할 변화이긴 함)

4. 철저히 준수해주던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일을, 오늘은 준원이가 혹시나 깰까봐(변화 3번을 아직 100%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 그냥 뭉개고 있음.

아직은, 이 정도.

 

그리고 아래 사진은 아무 이유 없는 짤방.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