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Daddy2013. 7. 22. 22:15

한달여간의 카타르 출장을 마치고 와이프는 돌아왔다. 나의 싱글 대디 봉인은 해제됐으나, 가끔씩은 이 곳에 끄적여 볼까 하는 욕심이다. 그렇지... 욕심은 욕심. 얼마나 꾸준히 이어갈지는 나도 자신은 없지만, 암튼.


준원이는 처음에 엄마를 낯설어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잠을 잘 때도 엄마를 찾는, 그리고 평소에 '엄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 바라기로 딸바꿈되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또 유도한 바도 있으며 그렇다고 욘석이 나를 홀대하는 것은 아니니까.)


"엄마" 


준원이의 행동에는 엄마를 다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의 엄마의 부재를 깨닫고 더 이상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는 심리적 불안심리가 기반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적 접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 그것이 바로...


"엄마"


그리고 수없이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 홀대되기 시작하는 단어.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단어. 그 사실을 깨닫고 내 손으로 움켜잡고자 할 때는 너무나 연약해져 부서질까 겁내지는 단어.


"엄마"


준원이도 이제 이 단어를 대견하게도 배워가고 있다. 하나하나 차근하게.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7. 3. 00:22

애를 업고 청소를 하며, 물론 내가 아직 육아 초보인 탓이 크겠지만, 씻지 못한 얼굴의 피지 점성을 더 돋아주는 땀의 찝찝함과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어떤 불평도 할 수는 없었다. 고작 두 어번 해보곤 불평을 하기엔 민망스럽기도 하거니와. 그 옛날 내 어머니께서, 그리고 우리들의 어머니들께서 이렇게 지내오셨을 시간을 생각하면 내 불평은 그저 찌질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에.

결국 부모님의 은혜가 가이없음을 깨닫는 것은 언제나 지나간 버스를 헉헉 거리며 뒤쫓는 느낌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버스를 아쉬워하고 조금만 더 서두를 걸 하며 스스로 자책하지만 결국 지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을 뿐이고.


암튼, 준원이를 보느라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지치셨을 장모님을, 마침 토요일에 조선 꽃의녀 3인방(사촌동생:지영,수정,예림양)의 방문도 있으시기에 토요일 이른 시간에 일본 뇌염 2차 예방접종을 맞추고 수원 결혼식에 다녀온 후, 처남집에 다녀오시게끔.

그녀들 덕에 토요일 저녁을 수월히 넘기었고, 오랜만에 만난 김에 준원이 재우고 회포나 풀까 헀던 생각은 수포로 돌아간지라 아쉬움이 잔향을 남겼으나, 새로운 발견은 낯을 꽤 가리기 시작하는 준원이가 예림이에겐 졸리다고 무려 먼저 안기는 은총을 베푸셨다는 것. 예림인 이 대목에서 우쭐해져도 돼.


좀 더웠는지 자다 잠시 보챈 것 빼면 잘 잤고, 어서 벌레를 잡아 먹으라고 효자스럽게 나를 새벽 다섯시에 깨워주신 준원군. 녀석은 어쩌면 이 날 '인과응보'정도의 개념은 배웠을지도 모를 것이다. -내가 너무 피곤했던지라- 쭉쭉이 체조도 없이 녀석에게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곤란한 이유 세 개를 얘기해주니, -분명 내가 보기엔-그냥 혼자 멍 때릴 걸 괜시리 아빠를 깨웠나 하는 찰라의 후회감이 보였다는 억지스러움을 피력하지만, 그래도 이 억지의 반증을 제시할 수도있으니, 그것은 준원이가 월요일 아침은 일어나서 혼자 본인의 매트 안에서 발 차기 놀이를 하고 있더라는.

준원이에게 썰을 풀고 나니 나 역시 잠은 좀 깨는 지라, 어찌나 개운하.........지 않던지 -_-; 잠을 질질 끌어내어 녀석의 우유를 태워주고 놀아주고 새벽부터 활발한 장운동을 하시어 1차 응가를 투하하시니 이를 정리하고... '먹이고 치우고 재우고' 오토 리버스 기능의 서막. 점심 나절이 되니, 녀석 오전에 먹였던 유산균이 장까지 행진을 잘 했는지 2차 응가 투하를 하시기에 힘껏 씻겨 주고 나니 중동 더위를 한껏 체험 중인 마눌을 생각하며 참기엔 더운건 더운 것이기에 결국 마트 행을 감행하였다.

마트를 가기 전 그렸던 이미지는 헐리웃 아들바보들 못지 않을 초 화보 컨셉이었으나 한 손엔 애를 안고, 한 손으로는 카트를 끌다 시식으로 주린 배에 대한 예의를 갖춰주는 초 현실주의를 달성해내며, 준원이 과일과 약간의 먹거리를 사다보니, 생각보다 마트가 썩 시원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굳이 녀석의 이유식을 불편한 마트의 수유실에서 주기도 미안스러워서 총총총 귀가를 하여 밥을 먹이고 나니 아무래도 집은 치워야 겠는데, 과연 애를 방치한 상태에서 가능할까 싶어 관두려고 했으나 근래 계속 열어두는 창문 덕에 가뜩이나 먼지가 많을 집이 더 더럽다는 생각에 미치니 건강한 육아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부푼 일념이 발동.


하여 애를 업고 준원이와 함께 필승을 다짐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안방부터 시작. 다행히 안방을 할 동안은 요 녀석이 내 등에서 갖은 애교를 부려가며 잘 버티어주기는 했으나, 내 등과 녀석의 배는 축축한 땀으로 더위와 교감을 하는지라 어쩔 수 없이 잠시내려 놓고 놀아주다, 사나이가 한 번 뽑은 칼이기에 다시 업곤 마루에 놓인 준원이의 장난감을 이리 저리 치우며 스팀 청소기를 돌리고, 슬며시 자기 시작하는 녀석의 고개가 행여나 젖혀질까 등을 곧게 펴지 못한 채 노심초사 청소를 하다보니, 무릎을 굽히고 펼 때마다 괴성으론 사라포바도 이결 낼 데시벨이 절로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무튼 뭐, 마루와 나머지 방들을 치우고 나니 역시 업을 줄만 알았지 업은 아이 눕힐 줄은 모르는 내 스킬에 한탄하며, 결국 애를 깨워내고야 만지라 간식과 이유식을 챙겨주고, 사랑과 정열을 다 해 놀아주던 중 기저귀가 좀 축축하길래 오줌이려니 하고 무방비로 벗기려했더니, 아뿔싸! 세 번째 응가가 살짝 투척. 이 상황이 뭐가 그리 난 좋았는지 한껏 웃어줬더니 녀석도 박장대소. 이젠 엉덩이를 씻기려 세면대에 잠시 발을 닿게 하면 수도꼭지를 들어 올리는 일은 수월해진 녀석의 끝없는 물놀이에 둘 다 홀딱 젖어버리다 보니, 이제 곧 둘이 욕조에서 같이 목욕할 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에 올라오는 뭔가 모를 벅차오름.은 지가 네델란드를 구했다는 구라가 구전되고 있는 한스소년인 줄 아는 준원이의 수도관을 막은 손가락에 세차게 내 얼굴을 때린 물줄기가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돌이 지났기에 좀 많다 싶은 생각은 들어도 변의 점성이나 색에 이상이 없고 이전에도 3회의 이력은 시터 이모님께 들은 적이 있기에 내가 좀 귀찮을 뿐이라는 생각과 아직은 나의 4회 기록에는 미달하는 구나 싶은 묘한 경쟁심리에 스스로 유치해하며 시원하게 있으라고 기저귀를 벗겨주자 마자 이번에는 소변을 마루에 아름답게 수 놓아 주시는 기특함을 보여주시는 준원군.

이 쯤되면 설마 또 소변을 지리겠나 싶어, 남자는 늘 그 곳이 시원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역시 기저귀를 벗겨둔 채 이번에는 준원이 책이 꽂혀진 방에 가서 같이 책을 보자고 꼬시곤 원하는 책을 가져오게끔 하는 중에 책을 적시며 바닥에 호수를 만들어 내시는 창조의 신비를 보여주시었으니... 할레루야~


헛헛한 웃음으로 당장 손에 잡히는 물티슈로 닦아내는 데, 준원이가 물티슈를 한장 뽑더니 옆에서 같이 자기 오줌을 닦아내는 모습에 3살 쯤에 시킬 계획이었던 집청소 분담을 꽤 많이 당겨서 달성할 수 있겠다는 뿌듯함이 다시 한번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였다. 두 번의 오줌을 치우고 나니 살짝 겁도 나는지라 기저귀를 채우곤 이유식을 먹이고 좀 놀아주려는데 익숙한 THE 스멜...


결국 녀석이 나의 4회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내가 김동인이었다면 '발가락이 닮았네'가 아니라 '응가가 닮았네'를 집필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공상 속에 아침에 태어난 응가는 저녁에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의 깨달음을 얻으며  준원이와 오롯이 둘이 함께 했던 두 번째 주말은 이렇게 막을 내려주었다.


사진은 시원하게 벗겨드린 준원이의 깔끔한 자태.



Posted by yup!e
Being Daddy2013. 6. 30. 23:57
육아를 논하지 말지외다.

뭔가 끄적일게 많을 것 같은 밤이지만, 진심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도저히 ㅡ.ㅡ

눈물없이 볼 수 있을 땀에 젖은 두 부자의 청소놀이.
유전자 검사보다 더 진한 응가 친자 확인.

굳이 예고편을 쓰자면 이 정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