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시렁2006. 11. 16. 01:54


* 저자 : Mark Haddon

독특함으로 선택하게 되는 책이 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때 먼저 눈에 띄인 것은 자뭇 긴 제목이었다.
첫 단락은 '2'로 시작하여 소수로 이어진다. 이 역시 독특하게 느껴지고,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크리스토퍼가 자폐증이라는 사실에 접하고 나면 이 모든 독특함은 이유있는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자체가 다수의 시선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의 왜곡됨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크리스토퍼는 개의 죽음을 추리함으로써 조금씩 자신의 틀을 깨어 나와 유쾌하게 세상과 맞서게 된다.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자폐아들을 동정하면서도 막상 단 하나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 모범적인 괘도만을 고집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얼마나 강력한 펀치이겠는가.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크리스토퍼가 자폐아라는 사실은 그다지 인식되지 않는다. 그저 영리한 꼬마놈이 마치 내 앞에서 쉼 없이 재잘거려주는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그 재잘임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여, 이 책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으나 막상 심리적 난독증으로 글자들이 시선에서 흩어지기만 하는, 바로 그러한 때에 읽어주면 완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진 또 하나의 재미는 -추리의 성격을 띄고는 있으나- 자폐아의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어느 한 서점에서 '여름을 오싹하게 보낼 추리소설' 코너에 분류해 놓은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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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2006. 11. 14. 01:02

색이 바래 제 기능을 다한 가로등처럼, 요즘의 내 머리는 도대체 영민하지 못 하고 늘 멍하니 먼지가 쾌쾌한 것 같다.
허다보니, 내가 했던 말도 스스로 기억해내지 못 하고... 중심없이 말을 번복하는 것을 퍽이나 싫어하는데, 내가 바로 그러하지는 않은지 늘 조심스럽다.
게다 판단의 민첩성이 떨어지다 보니 행동도 왠지 모르게 굼뜨는 것 같고.

이러한 증상들이 노화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목적의식의 부재 탓일까?
노화탓을 하자니 내 나이가 안쓰럽고 목적의식의 부재를 탓하긴 내 자신이 부끄러우니, 私考의 진퇴양난이로고.

Posted by yup!e
책시렁2006. 11. 13. 00:29


처음 재즈에 입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제즈비평가인 남무성씨는 100년의 재즈史를 전문만화가가 아님에도 조금은 투박한 선으로 재즈거장들의 특징과 에피소드를 잘 살려내었을 뿐 아니라, 漫畵訴求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재즈를 쉽게 풀이하여 재즈를 한층 쉬운 음악으로 착상시키고 있다.
그 덕에 피상적으로 듣기만 했던 재즈음반을 현실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좋은 조타수였지 않았나 싶다.

처음 책이 나올 당시, 1권의 호평에 힘입어 2권까지 나왔던.
1권이 재즈야사중심의 에피소드 소개라면, 2권은 재즈 본질인 음악에 집중을 한. 더불어 멀게만 느껴지던 우리나라 재즈음악가를 소개해주어 우리에게도 재즈가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이 계절, 친구놈 중 하나가 내게 재즈는 모르지만 재즈가 듣고 싶다고 하면, 역시 재즈 초심자에게 좋을 법한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와 함께 패키지로 엮어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