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창고2009. 4. 8. 00:04

그녀는 성실했을 뿐이다. 아우슈비츠에서 감시관으로 일했을 때마저.
그녀는 자신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지 않을 범위내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자기방어가  다른 사람의 형벌까지 뒤집어쓰는 것이었더라도.
그리고 그녀는 솔직했을 뿐이다. 그녀는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숨겼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순수했다. 소년은 그녀가 나치의 전범이 된 것이 안타깝고 그녀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으로 용서받기 어려운 그녀의 죄 사이에 갈등을 했을지언정, 그녀의 소년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소년과 그녀와의 소통에 사랑이외의 이질적인 감정은 개입되기를 바라지 않았으며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출소전 소년과의 만남이후 그녀가 선택한 결정은 변질된 사랑에 대한 애닯은 순애보였는지도 모른다.

소년은 순수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기 전까지 소년은 그녀와 완벽한 합치를 보여줬다. 그러나, 소년이 그녀의 세계(그녀는 버스 차장으로 일할 때도, 그리고 전범으로 교도소에 있을 때도 그녀가 기거하는 방이 세상의 전부이지 않았을까?)에서 벗어난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소년이 그녀와 같이 순수하게 남아 있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거짓된 믿음일 것이다. 소년은 순수할 수 없었기에 평생 그녀의 그림자에 갇혀 갈등을 하면서도 정작 그녀에게 손을 뻗지는 못한다.

무지하였기에 더 수월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단순했다. 하여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단선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소년은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집중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따라서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녀와 소년사이에 더이상 이질감이 없는 감성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음을 알고 결정된 것이라 생각되기에, 그것이 내게는 안타깝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녀와 소년의 순수했던 추억을 지키려는 또 하나의 자기방어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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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2009. 4. 5. 01:12
올해는 돈 대박이 났으면 ''a
Posted by yup!e
영화창고2009. 3. 26. 15:08

DVD를 살 때도 이 영화에 대해 내가 사전에 확보했던 정보는 그다지 없었다. 그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라는 것 밖에는. 그러나, 원작에 대한 호평과 클래식이 소재가 된 만화라는 점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었기에 주저없이 주문을 하였다.

원작을 보지 못 했기에 영화와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할 길은 없으니 원작 대비 호불호는 내가 감히 언급할 사항은 아니고,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감성을 깨우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어찌보면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겸허한 모짜르트와 천재를 질투하지만 시기어린 음해는 하지 않는 순수한 살리에르의 만남이라고 할까?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아버지로 둔, 그리하여 어렸을 때 부터 정통 피아노 교육을 받은 슈헤이는 잠시 전학간 학교에서 카이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카이는 잡초처럼 자란 소년이지만 피아노에 대한 천재적인 감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가 피아노를 치는 이유는 즐거워서이다. 그런 카이의 천부적 재능에서 슈헤이는 가슴이 울리는 감동과 동시에 묘한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어린아이답게 그 질투는 건강한 경쟁심으로 상변화되어 콩쿨에서 경합을 하게 되는데...

피아노를 매개로 두 아이의 건강한 경쟁을 풀어가는 이 영화는 롤러코스터식의 감정 기복은 없다. 그 흐름이 지극히 평이하며 일상적이기에 단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위험을 어린아이라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법한 판타지적 요소를 중간중간에 삽입함으로써 피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내 귀가 정밀하지 못하고 노트북을 TV에 연결해서 보는 조악한 감상환경 탓이겠지만, 카이의 연주가 폐부를 찌를만큼 감동적인 울림으로 다가와야 할 장면에서 난 정작 별다른 영혼의 미동이 없었다는 것.  그러나, 때묻은 일상에서 벗어나 유년기의 정갈한 감성을 되살리기에는 전혀 아쉬움이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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