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시렁2007. 9. 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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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활자 공포증에 시달렸었다. 가볍다고 생각되는 가십지를 읽어도 도무지 글이 질서정연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난독증을 한동안, 아니 꽤 오랜 기간동안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인문학에 대한 어설픈 강박관념으로 근래 선택한 '소피의 세계'와 '장정일의 공부'는 활자에 대한 나의 슬럼프를 더 깊게 해주었다.

좀처럼 치유되지 못하는 내 공포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책이 바로 이 책,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우선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았고, 초등학교 방학때면 습관적으로 읽던 추리소설에 대한 희미한 동경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의 하루만에 책을 완독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마치 요미우리의 이승엽이 이런저런 슬럼프 속에 3연타석 홈런을 날렸던 기분이랄까?

철저한 수학 천재였던 이시가미의 한 여자에 대한 헌신(?)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그의 트릭들 속에 그 답지 않은 어설픔을 발견하고 의심을 했으나, 의심을 했을지언정, 결말부에 이르러 그의 친구인 유가와에 의해 밝혀지는 진실 앞에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속았다!'
하지만, 이것은 유쾌한 충격이었다. 작가의 잘 짜여진 덫에 걸려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작품을 바로 읽어보고 싶은 욕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발버둥이란 말인가.

한 가지 섭섭한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을 구매하고자 인터넷 교보문고를 갔더니,지금은 이 책을 무려 45%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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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창고2007. 9. 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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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Cassidy. 처음 그녀의 이름을 본 것이 어느 재즈클럽에서 였기에, 그녀를 재즈싱어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처음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는 재즈도, 포크도, 블르스도 아닌, Eva 그 자체였다. 그녀의 음성에는 침착한 슬픔이 베어 있는 느낌이다. 그 슬픔은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Eva의 현실에 고착화되어,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면 멍하니 차분해지는 내가 발견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비오는 날이면 오피스텔 창가에 걸터 앉아 평소와는 다르게 정돈된 홍대 거리를 바라보며 Eva Cassidy의 노래를 듣는 것은 반복되는 내 일상의 작은 궁합 중의 하나이다.

짧은 생 동안 5개의 앨범을 내놓았음에도 온전한 자기 곡은 없이 다른 사람의 곡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사후가 되어서야 사람들의 인지도를 얻은 그녀였지만, 그런 사실들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기에 그녀는 위대한 가수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Eva Cassidy...Over The Rainbow

Posted by yup!e
구멍가게2007. 9.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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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Sony Walkman이 가지고 있던 휴대용 음악기기의 절대적 위치를 iPod가 그대로 흡수해 버리겠다는 의도일까요?

요즘 친구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80년 대 Sony Walkman의 아성은 절대적이었습죠. 그리고 위의 노란색  Walkman Sports, 생생히 기억납니다. 검정색 메탈 일색이던 Walkman을 절대 찬양하던 즈음 제 친구가 학교에 들고 온 순간, 전 한 눈에 반했었습죠. 리라 초등학교를 연상시키던 샛노랑의 파격에 며칠을 사고 싶어 방황을... -_-a 방수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위의 case는 판매용은 아닙니다. 허나, 판매가 된다면 전 사고 싶군요. 제 추억을 살 수 있을 테니 까요.

그나저나, 2000년 들어 예전의 아우라를 전혀 찾고 있지 못하는 Sony가 오늘따라 왠지 더 안쓰럽게 느껴지는군요.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