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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08 오래된 정원 2
영화창고2007. 1.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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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은 멜로와 시대의 역사 사이에서 확실하지 못한 줄타기를 한 느낌이다. 원작과는 달리 염정아와 지진희의 멜로에 확실히 비중을 주었으나, 멜로가 힘을 발휘할때 쯤이면 영화는 어느새 건대사태의 중심에서 시대고발성의 카메라 워크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진희는 17년간의 옥중생활로 존재를 알지 못했던 딸과의 만남으로 영화는 다시 멜로로 그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야 시대의 小考를 할 수 있었던지라 나쁘지 않았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나, 어린 관객들에게는 이러한 흐름은 확실한 배신이였던 것 같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들린 소리는 '이게 뭐야' 였으니.
이런 면에서 이 영화는 멜로가 아니라, 80년대 청년들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수줍게 계속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광주항쟁을 거치며 군부독재를 반대하던 오현우(지진희)의 17년간 세상과의 단절중에 변하지 않은 것은 결국 한윤희(염정아)와의 사랑이었을 뿐이다. 17년전 그의 동지들은 결국 먹고 사는 문제로 세상과 타협하여 있었고, 무엇을 하건 아들 편이라며 부적을 건네주던 소박한 우리네 어머니였던 현우母는 잘 나가는 강남 복부인이 되어 있었다. 시대의 아픔을 잊고 경제적 풍요를 이뤄낸 우리 사회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윤희만은 시대의 아픔 속에 현우와의 아픈 사랑을 함께 묻어 죽는 순간까지도 그를 기억하고 있었고, 죽음으로서 그 사랑을 마무리하였으니 이 얼마나 애절한 러브 스토리겠는가.
어쩌면 이런 것이 임상수식 멜로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서말한 바와 같이 감독의 줄타기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못해 있다. 그리고, 현우와 딸의 만남으로 끝나는 결말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죽은 윤희의 환영이 거니는 속에서 현우와 딸이 나눈 악수는 마치 80년대와 2000년대의 화해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영화는 자연스러운 물타기를 하지 못 했을지 모르겠지만, 염정아. 그녀의 연기흐름은 어색함이 없다. 어릴 적 최진실을 대신하여 나왔던 청춘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의 첫 연기를 보며 그녀가 단순히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로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녀의 연기는 이제 제법 맛이 깊다. 늦게 연기의 물이 오른 것이 아쉽기는 하나,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향후 연기행보에 더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그때 그사람들'의 70년대를 거쳐 '오래된 정원'에서 80년대에 도달한 임상수감독은 앞으로 또 어떤 시대를 그리며 관객을 파고들지도 또 하나의 관심이다.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