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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27 밀양
  2. 2007.04.08 우아한 세계
영화창고2007. 5. 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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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이창동 감독의 영화이기에 호흡하기 쉬운 영화는 아닐 것이라 막연한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뭔가 모를 답답함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건 전도연이 아닌 남편을 잃은 아내로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로서, 그리고 자신을 잃어가는 여인으로서 스크린에 옮겨진 이신애의 삶의 연속된 편린들 때문이었다.
영화 속의 전도연은 확실히 연기를 잘했다. 헌데, -칸 영화제에서의 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오늘의 보도를 폄하하고자 하는 심보는 아니지만- 내게는 왠지 정확하게 계산된 연기로 느껴지는 것은 괜한 심술일까? 그러나, 전도연의 연기가 설혹 철저히 계산되었다하더라도 전도연이 아니면 누가 이신애를 스크린으로 끌어낼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의문이 없다.

이 영화는 삶의 고통속에서 密陽(비밀스런 볕)과도 같은 은밀한 삶의 희망으로, -뿌리없는 이사이건 무모해보이는 절대자로의 귀의이건 믿음에 대한 배신감으로 표출되는 절대자와의 대립이건 이신애의 희망은 은밀히 이어지고 있다- 生을 견디어 내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고, 자살을 시도했던 그 여성의 희망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닌지 이신애의 집뜰을 비추는 볕으로 영화는 조용한 종말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삶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희망도 역시 한 개인의 자아안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스스로와 은밀한 거래를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봤고 영화에 대해 되새김을 하고 있지만, 난 아직도 이 영화에 대해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마치 내 인생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뚜렷하게 모르는 것 처럼. 하여 이 영화는 타인과는 나눌 수 없는 나만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P.S.
- 부디, 오늘 밤 칸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 송강호는 전도연의, 그리고 이 영화의 충실하고 확실한 서포터이다. 허기에 그는 훌륭한 배우이다.
- 밀양... 비밀스러운 볕. 밀양이라는 도시이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었다.

Posted by yup!e
영화창고2007. 4. 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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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버지를 위한 영화이다. 허기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왠지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고 싶은 충동. 허나 그러하지 못했다. 어느새 나 역시 아버지와의 대화가 어색한 것이 되어버렸기에.

이 영화 속에서 아버지인 강인구(송강호)는 철저히 외면을 당한다. 그것이 본인이 원해서건 원치 않아서이건, 가족의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이건 철저히 가족을 위한 행동을 하건, 아버지는 외면을 당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 마치 파이란의 결말을 오마주한 듯한 장면에서 그 페이소스는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그 페이소스는 연출에서 나오기보다는 송강호 개인의 힘에서 나오는 느낌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믿음직하고 오달수는 잦지 않은 등장 속에서도 송강호에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를 내가 수긍의 범위안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송강호 덕이지 않나 싶다. 중반부까지 조폭의 생활 속에 소시민적 아버지의 삶을 투영해내던 영화를 보며, 결말이 궁금하면서도 감독이 벌여놓은 이야기들을 감당을 못하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종반으로 접어들며 영화의 힘은 크레센도가 되지 못하고 디크레센도되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그 덕에 아쉽게도 감독(한재림)의 전작인 '연애의 목적 '은 여전히 보고 싶지 않은 영화로 고착이 될 것같다.

결말로 흘러가는 흐름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의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었고 꽤 먼일일지라도 아버지로서의 나의 모습을 예견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내게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아버지' 그 이름은 참으로 위대하고도 초라한 것이다.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