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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8 The Reader :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
영화창고2009. 4. 8. 00:04

그녀는 성실했을 뿐이다. 아우슈비츠에서 감시관으로 일했을 때마저.
그녀는 자신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지 않을 범위내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자기방어가  다른 사람의 형벌까지 뒤집어쓰는 것이었더라도.
그리고 그녀는 솔직했을 뿐이다. 그녀는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숨겼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순수했다. 소년은 그녀가 나치의 전범이 된 것이 안타깝고 그녀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으로 용서받기 어려운 그녀의 죄 사이에 갈등을 했을지언정, 그녀의 소년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소년과 그녀와의 소통에 사랑이외의 이질적인 감정은 개입되기를 바라지 않았으며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출소전 소년과의 만남이후 그녀가 선택한 결정은 변질된 사랑에 대한 애닯은 순애보였는지도 모른다.

소년은 순수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기 전까지 소년은 그녀와 완벽한 합치를 보여줬다. 그러나, 소년이 그녀의 세계(그녀는 버스 차장으로 일할 때도, 그리고 전범으로 교도소에 있을 때도 그녀가 기거하는 방이 세상의 전부이지 않았을까?)에서 벗어난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소년이 그녀와 같이 순수하게 남아 있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거짓된 믿음일 것이다. 소년은 순수할 수 없었기에 평생 그녀의 그림자에 갇혀 갈등을 하면서도 정작 그녀에게 손을 뻗지는 못한다.

무지하였기에 더 수월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단순했다. 하여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단선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소년은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집중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따라서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녀와 소년사이에 더이상 이질감이 없는 감성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음을 알고 결정된 것이라 생각되기에, 그것이 내게는 안타깝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녀와 소년의 순수했던 추억을 지키려는 또 하나의 자기방어였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