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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7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3
영화창고2007. 8.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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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는 말했다. 하여, 상우에게 이 영화가 봄날은 간다 이후에 나온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 영화는 사랑이 변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도 어떤 클라이막스도 없이 담백하게 말이다.

DVD를 구매하고도 한참이 지나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몇 장의 스틸 컷을 통해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그냥 그런 영화가 아닐까 했다.
물론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조제는 장애인이다. 그러나 조제를 돌보는 할머니는 말한다. 뇌성마비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고, 아니라고 하는 의사도 있다고. 이 대사를 통해 감독은 장애인이라는 장치는 이 영화에 있어 중요하지 않으며,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 역시 장애를 뛰어넘은 사랑이 주제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별 다른 이유없이 그저 사랑을 하게 되는 남녀의 일상을 그리고 있으며, 그리고 그 사랑은 드라마틱한 사건때문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지리함들이 모여 변하고 그 틈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늘 사람들을 피해 담요를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유모차에 숨어 새벽 산책을 할머니와 하곤 했던 조제의 우연한 츠네오와의 만남. 그리고 그들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되고, 끊어질뻔한 인연의 끈은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한 집에서 사랑을 하게 된다. 하여, 츠네오는 조제를 집에 인사를 드릴 생각을 하게 되어 길을 떠나지만, 여행의 중간 동생과의 통화에서 '지쳤냐'는 동생의 한마디는 츠네오가 차마 인정하기 싫었던 사실을 드러내게 하고 만다.
그는 어느 순간 이미 조제의 유모차를 수리하지 않게 되었고, 터널 불빛을 신기해하며 재잘이는 조제를 귀찮게 느꼈던 것이다. 조제는 이런 그에게 어떤 타박도 하지 않는다. 휴게소에서 츠네오의 집까지 140km가 남았음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을 스스로 꺼버리고 바다로 목적지를 변경하자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바다로 갔고 여관에서의 섹스 이후 조제는 잠이 들어가는 츠네오에게 그녀는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음을 조용히 독백한다.

그녀는 칠흑같이 어두운 해저에서 왔지만, 그렇게 외로운 건 아니었다고, 처음부터 혼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츠네오가 사라지고 나면 조개처럼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닐 것이라고,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고.

바다에서 돌아온 이후 그들은 몇 달을 같이 더 살았고, 그리고 어떤 싸움도 없이 조용히 헤어졌다. 츠네오의 사랑은 변했기 때문에. 그리고 조제 자신도 변했기 때문에.
영화의 엔딩에서 조제는 츠네오를 처음 보던 때처럼 의자에 올라앉아 싱크대 앞에서 요리를 하고, '쿵'하고 의자에서 떨어지듯 내려오지만, 누군가가 밀어주던 유모차를 타던 조제는 혼자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다. 조개처럼 혼자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츠네오는 조제와의 헤어짐에 절규하지만 그의 독백은 명백하다.
헤어져도 친구로 남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츠네오의 사랑은 변했기 때문에, 그들의 이별의 원인은 츠네오 스스로 도망친 것이기에.

하여, 봄날은 간다의 상우는 이 영화를 진작에 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에게 등을 돌린 은수(이영애)의 뒷모습을 그렇게 오래 바라보고 있을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조제처럼 사강의 소설을 미리 읽기라도 했다면.
조제는 츠네오와 사랑을 시작하기 전 사강의 소설을 한 구절 읽는다. 앞으로의 모든 일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사랑은 변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변한다.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것이 우리의 일상인 것이다.
Posted by yu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