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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창고2010. 6. 2. 21:51


영화는 한 편의 시였다. 그 결말마저 함축적으로 맺고, 따라서 그 결말에 대한 것은 영화 '시'를 읽는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도록 애초부터 의도된 것이지 아닐까 싶다.

천천히 산책하듯 영화를 보고나니, 시간은 어느새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있었다. 시계를 보고야 시간의 공간성을 인지할 수 있었으니,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은 산책이였던 게다. 그리고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난 후, 따스한 햇볕과 바람 그리고 이들을 적당히 막아주고 흐르게 하는 나무들의 여운이 아쉽 듯, 이후의 잔향은 매우 짙고 그리운 것이기에 마음이 먹먹할 때면 청명한 풍경 좋은 산책로를 되찾듯 '시'도 언제든 다시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 내겐 풍경 좋은 수작이었다.

서울 외곽의 소도시에서 이혼한 딸의 아들을 키우며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양미자 할머니. 그녀는 멋내기를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며 소녀적 감성으로 재잘거린다. 그리고 그 감성을 억누르지 못해 시 쓰기를 할머니는 시작하려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며 하여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양미자 할머니, 그러나 그녀에겐 전혀 아릅답지 못한 현실의 사건이 벌어지고 외면하고 싶지만 점점 그 중심에 서게 되고, 알츠하이머(치매) 초기 진단을 받게 되는데...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詩想은 역설적으로 아름답지는 못한. 때로는 추악할 수도 있을 현실의 순간에서, 그녀가 그 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혹은 망각했을 때 어깨가 저릿저릿 하듯 나타나곤 한다. 그 시상은 '스스로 몸을 던져 깨어지고 다음 생을 준비한다'는 살구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정점에 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양미자 할머니는 깨닫지 않았나 싶다. 예쁜 것만 보는 것으로는, 그리고 단편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으로는 시가 될 수 없음을. 영화 속에서는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그려지는 추악한 현실을 결국 즉시하였고 그 안에서 (그것이 슬픔이든 연민이든...)어떠한 미학을 발견해내지 않았을까.

처음, 아름다운 것에 대한 동경을 쓰고 싶었던  할머니는, 현실 속에서 현실을 맞대하며 그렇게 쓰고 싶어했으나 쓰기 어려워 했던 시 한 편을 완성해 낸다. 용서의 편지일지도, 혹은 할머니 스스로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일지도 모르는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 할머니의 시는 강물과 함께 천천히 긴 여운을 남기며 스크린의 마지막을 흐른다.




Posted by yup!e
영화창고2007. 5. 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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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이창동 감독의 영화이기에 호흡하기 쉬운 영화는 아닐 것이라 막연한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뭔가 모를 답답함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건 전도연이 아닌 남편을 잃은 아내로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로서, 그리고 자신을 잃어가는 여인으로서 스크린에 옮겨진 이신애의 삶의 연속된 편린들 때문이었다.
영화 속의 전도연은 확실히 연기를 잘했다. 헌데, -칸 영화제에서의 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오늘의 보도를 폄하하고자 하는 심보는 아니지만- 내게는 왠지 정확하게 계산된 연기로 느껴지는 것은 괜한 심술일까? 그러나, 전도연의 연기가 설혹 철저히 계산되었다하더라도 전도연이 아니면 누가 이신애를 스크린으로 끌어낼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의문이 없다.

이 영화는 삶의 고통속에서 密陽(비밀스런 볕)과도 같은 은밀한 삶의 희망으로, -뿌리없는 이사이건 무모해보이는 절대자로의 귀의이건 믿음에 대한 배신감으로 표출되는 절대자와의 대립이건 이신애의 희망은 은밀히 이어지고 있다- 生을 견디어 내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고, 자살을 시도했던 그 여성의 희망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닌지 이신애의 집뜰을 비추는 볕으로 영화는 조용한 종말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삶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희망도 역시 한 개인의 자아안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스스로와 은밀한 거래를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봤고 영화에 대해 되새김을 하고 있지만, 난 아직도 이 영화에 대해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마치 내 인생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뚜렷하게 모르는 것 처럼. 하여 이 영화는 타인과는 나눌 수 없는 나만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P.S.
- 부디, 오늘 밤 칸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 송강호는 전도연의, 그리고 이 영화의 충실하고 확실한 서포터이다. 허기에 그는 훌륭한 배우이다.
- 밀양... 비밀스러운 볕. 밀양이라는 도시이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었다.

Posted by yup!e